인강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이유 — 머리 탓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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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버드 학생들이 같은 21분짜리 통계 인강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나고 본 시험 점수가 집단에 따라 68점에서 90점까지 갈렸습니다.

2013년 하버드 대학 연구팀의 실험입니다. 학생들은 통계 입문 강의 영상 한 편을 5분 남짓한 네 부분으로 나눠 봤고, 세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한 집단은 강의를 그냥 이어서 들었고, 한 집단은 한 부분이 끝날 때마다 방금 나온 내용을 묻는 문제를 정답과 함께 받아 읽었고, 한 집단은 한 부분이 끝날 때마다 그 문제로 짧은 쪽지시험을 봤습니다. 마지막에 강의 전체를 묻는 시험에서 그냥 들은 집단은 68점, 정답을 읽은 집단은 76점, 쪽지시험을 본 집단은 90점이었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강의, 같은 길이였습니다.

머리 차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22점입니다.

연구팀은 강의 도중에 한 가지를 더 재고 있었습니다. 부분마다 한 번씩 예고 없이 「지금 딴생각 중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영상은 멈추지 않았고, 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면서 옆에 둔 종이에 「예」나 「아니오」를 표시했습니다. 22점 차이 뒤에서, 그 답은 어떻게 갈렸을까요. Szpunar, Khan & Schacter, 2013. 두 번째 실험 48명, 한 사람에게 네 번 물었습니다. 점수는 정답률을 100점 만점으로 옮긴 것입니다.

같은 얼굴 없는 학생이 두 번 그려져 있다. 왼쪽에서는 노트북 강의 앞에 앉아 고개를 기울인 채 펜을 공중에 늘어뜨리고 노트는 비어 있다. 오른쪽에서는 같은 자리에 똑바로 앉아 주황색 펜으로 노트에 필기하고 있는 손그림

인강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머리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인강을 듣고도 이해가 안 되면 흔히 머리를 탓합니다. 그런데 하버드 인강 실험에서는 같은 학생들이 같은 강의를 듣고도 시험 점수가 22점 갈렸고, 그 차이와 함께 갈린 것이 딴생각이었습니다. 강의를 그냥 들은 집단은 강의 도중 불시에 물었을 때 나온 답의 41%가 「예」, 딴생각 중이었다는 답이었습니다. 쪽지시험을 본 집단은 19%로, 절반이 안 됐습니다.

하버드 학생이면 딴생각을 해도 결국 잘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이 보여 준 건 반대입니다. 똑같이 하버드 학생인데도, 딴생각이 많았던 쪽이 강의 내용을 덜 알고 있었습니다. 눈은 화면을 보고 귀는 강의를 듣고 있었지만, 딴생각 중이던 그 순간의 설명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들어오지 않은 설명은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점수 차이에는 쪽지시험으로 내용을 한 번 더 떠올려 본 효과도 섞여 있어, 딴생각이 22점의 전부는 아닙니다.

눈여겨볼 것은 정답을 읽은 집단입니다. 쪽지시험 집단과 똑같은 문제를 봤지만, 정답이 이미 붙어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점수가 76점으로 조금 올랐지만, 딴생각은 39%로 그냥 들은 학생들(41%)과 거의 같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한 번 더 봐도 딴생각은 줄지 않았습니다.

딴생각을 줄이는 데는 정답을 읽는 것이 소용이 없었고, 문제를 직접 푸는 것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차이는 어디서 났을까요.

쪽지시험이 인강 중 딴생각을 절반으로 줄인 이유

하버드 연구팀은 강의 중간중간 시험을 보면 학생들의 주의가 강의 내용에 붙잡혀 있게 되고, 딴생각 대신 필기처럼 강의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쪽지시험을 본 학생들은 강의 중에 필기도 세 배쯤 많이 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문제와 정답을 읽게 하는 것으로는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 앞에 서면 방금 강의를 따라가고 있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 그때 딴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정답을 읽기만 할 때는 그런 순간이 없습니다. 다 아는 것 같은 채로 넘어가고, 놓친 자리는 놓친 줄 모른 채 지나갑니다.

그런데 인강을 다 듣고 나면 교재와 문제집이 남습니다. 책은 쪽지시험을 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읽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어떨까요.

책을 읽는 시간의 20~30%는 다른 생각을 하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머리는 자주 다른 데로 갑니다. 독서 중 딴생각을 다룬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2021년 리뷰에 따르면, 사람들은 글을 읽는 시간의 20~30% 동안 다른 생각을 하고, 딴생각이 많을수록 글을 덜 이해했습니다. 눈은 계속 글자를 따라가는데 내용은 들어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D'Mello & Mills, 2021.

글이 어려울수록 이 시간은 늘어납니다. 같은 사람에게 쉬운 글과 어려운 글을 읽게 한 실험에서, 어려운 글을 읽을 때 딴생각이 더 잦았고 이해에도 더 크게 해가 됐습니다. 수험서나 전공서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이 무거운 책이 바로 그런 글입니다. Feng, D'Mello & Graesser, 2013.

그리고 읽는 사람 본인은 그걸 잘 모릅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앞부분을 읽게 하면서, 딴생각이 들면 스스로 버튼을 누르게 한 실험이 있습니다. 연구자는 중간중간 불시에 「지금 딴생각 중인가요?」 하고도 물었습니다. 그러자 버튼은 누르지 않았는데, 물어보니 「네」라고 답한 경우가 따로 나왔습니다. 읽는 동안 본인도 딴생각 중인 걸 몰랐던 겁니다. Schooler 외, 2004.

인강이 이해가 안 될 때 자주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강사로 바꾸기, 예습하고 듣기, 앞 단원 개념 강의로 돌아가기.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강사의 어떤 설명이든, 딴생각 중인 동안 지나간 설명은 듣지 않은 설명과 같습니다.

인강에는 되감기 버튼이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 눌러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딴생각 중인 걸 모르는 동안에는 되감을 이유도 모릅니다. 그리고 혼자 공부할 때는 5분마다 쪽지시험을 내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럼 혼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부 시간표나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방금 딴생각으로 샜다」를 스스로 알아채는 것이고, 이 알아채는 것을 따로 연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딴생각을 스스로 알아채는 연습이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공부하다 딴생각으로 샌 것을 스스로 알아채는 힘은 따로 연습할 수 있고, 그 연습이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알아채는 연습입니다.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숨 쉬는 느낌에 주의를 둡니다. 얼마 안 가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어느새 그 생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 딴생각하고 있었네」 하고 알아채면 다시 숨으로 돌아옵니다. 알아채고 돌아오는 이 한 동작이 전부입니다. 생각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생각은 계속 떠오르고, 떠오를 때마다 알아챌 기회가 한 번씩 옵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시험 공부와는 거리가 먼 옛날 수행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고리타분한 것이 아닙니다. 3000년을 이어 내려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강을 듣다 「방금 뭐라고 했지?」 하고 알아채는 것과, 명상하다 딴생각으로 샌 걸 알아채는 것은 같은 동작입니다. 명상에서 숨으로 돌아오는 자리가, 인강에서는 되감기 버튼입니다. 알아채는 순간이 빠를수록 되감을 거리도 짧아집니다.

책상 위에 펼친 노트와 펜, 강의 영상이 켜진 태블릿이 놓여 있고, 한 손의 검지가 진행 막대 위 주황색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손그림

혼자 하면 딴생각에 빠진 걸 한참 뒤에야 알아채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알려 주는 앱, True Meditation을 만들었습니다. 눈을 감은 채 마음속으로 숫자 하나를 세고, 엄지로 화면을 두 번 톡톡 두드리고, 숨을 한 번 쉽니다. 딴생각에 빠지면 톡톡 두드리는 간격이 흐트러지고, 앱이 그걸 읽어 작은 진동으로 알려 줍니다. 인강을 켜기 전, 한 번에 3분이면 됩니다.

다음에 인강을 듣다 「방금 뭐라고 했지?」 싶으면, 자책하기 전에

속으로 「샜다」 한 번 말하고, 10초 되감기.

거기서부터입니다.

정리

인강을 듣거나 책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이유는 머리보다 먼저, 설명이 지나가는 동안 머리가 다른 데 가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2013년 하버드 연구에서 같은 학생들이 같은 21분짜리 통계 인강을 듣고도 시험 점수가 68점에서 90점까지 갈렸습니다. 강의를 그냥 들은 학생들은 강의 중 41%가 딴생각 중이었고, 문제와 정답을 읽은 학생들도 39%로 거의 줄지 않았으며, 쪽지시험을 본 학생들만 19%로 줄었습니다. 독서 중에도 읽는 시간의 20~30%가 딴생각이고, 딴생각이 많을수록 덜 이해하며, 읽는 사람 본인은 그걸 잘 모릅니다.

혼자 공부할 때 필요한 것은 딴생각으로 샌 것을 스스로 빨리 알아채는 힘이고, 숨에 주의를 두다 딴생각을 알아채고 돌아오는 마음챙김 명상이 정확히 그 연습입니다.

「True Meditation : Mindfulness」는 가이드 오디오를 듣는 앱이 아니라, 마음챙김 명상을 직접 하게 해주는 앱입니다. 생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그대로 앱으로 구현했고, App Store와 Google Play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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