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와요」 노트에 이것 하나만 적게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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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말합니다. 「미토콘드리아에서는 ATP가 만들어집니다. ATP는 세포가 쓰는 에너지입니다.」

아이는 바로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바로 궁금해집니다. ATP가 없으면 세포는 바로 죽을까? 그럼 뇌세포는? 숨을 못 쉬면 뇌는 몇 분이나 버틸까? 그런데 해녀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숨을 참지?

아이는 멍하니 있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선생님은 이미 다음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흔히 있을 법한 장면입니다. 이런 아이를 두고 부모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와요.」 듣는 사람은 대개 웃고 넘깁니다. 모든 부모가 자기 아이 머리는 좋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 말이 정말 맞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는 노트에 이것 하나 적어 두는 게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넓은 회색 길 위에 선 얼굴 없는 아이가 가방을 멘 채 오른쪽으로 갈라진 좁은 샛길에 한 발을 올리고 있고, 샛길 입구 표지판에 주황색 물음표가 붙어 있는 종이 콜라주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 수업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 중에는 수업 내용을 빨리 이해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해하자마자 궁금증이 떠오르고, 그 궁금증을 따라가다 그다음 설명을 놓칩니다. 생각이 멈춘 게 아니라, 선생님의 설명과 다른 길로 가 있었던 것입니다.

수업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딴생각을 하다 돌아와서 그 줄부터 다시 읽으면 됩니다. 수업은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그사이 지나간 설명은 그대로 빠집니다. 다음 설명이 앞 설명 위에 쌓이는 과목이라면, 빠진 한 조각 때문에 뒤가 통째로 흔들립니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자주 딴 데로 갑니다. 영국 연구팀이 6~11세 아이 97명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중간중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 하고 물었더니, 네 번에 한 번꼴로 딴생각 중이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딴생각을 자주 한 아이일수록 들은 이야기를 덜 기억했습니다. Cherry, McCormack & Graham, 2022,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교실 수업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과제였고, 딴생각과 기억이 함께 나타났다는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의 성적이 안 나오는 건 머리나 노력이 모자라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생각을 안 해서 수업을 놓친 게 아니라, 생각을 너무 잘 따라가다가 놓친 것입니다.

수업 중 딴생각이 잦다는 것만으로 ADHD 같은 진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걱정이 된다면 전문가와 먼저 상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호기심일까요. 궁금한 게 떠오를 때마다 꾹 참으라고 가르쳐야 할까요.

「딴생각하지 말고 집중해」가 답이 아닐 수 있는 이유

아이에게 「딴생각하지 말고 집중해」라며 수업 중에 떠오르는 생각을 무조건 막게 하는 것은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성인 182명이 통계 강의 영상을 본 연구(Kane 외, 2017)에서, 강의 중 딴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덜 배웠지만 강의 주제와 이어진 생각을 한 사람은 오히려 더 많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성인 182명에게 통계 입문 강의 영상을 보여 주고, 강의 도중 불시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하고 물은 연구가 있습니다. 강의 중 딴생각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강의 뒤 시험에서 덜 배운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모든 딴생각이 같지는 않았습니다. 딴생각 가운데서도 강의 주제와 관련된 생각을 했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배웠습니다. Kane 외, 2017. 성인 대상 연구이고, 둘이 함께 나타났다는 결과일 뿐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방금 한 생각도 쓸모없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ATP에서 뇌세포로, 뇌세포에서 해녀로 이어진 생각은 수업 내용을 붙잡고 더 깊이 들어간 생각입니다. 막아야 할 것은 이런 생각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그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아이는 자기가 수업에서 빠져나와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머리가 좋은 것과, 그 머리가 지금 어디에 가 있는지 아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면 호기심은 살리면서 수업은 놓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궁금한 게 떠오르면 노트 옆에 물음표 하나만 적어 둡니다

수업 중 떠오른 궁금증을 따라가다 설명을 놓치는 아이가 호기심을 살리면서 수업을 놓치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궁금한 게 떠오른 순간 노트 옆에 물음표 하나만 적어 두고 다시 설명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궁금증은 수업이 끝난 뒤나 복습할 때 그 물음표로 돌아와서 파고듭니다.

처음에 말한 「이것 하나」가 바로 이 물음표입니다. 「ATP가 없으면 세포는 얼마나 버틸까?」가 떠올랐다면, 그 자리에서 답을 찾으러 가지 않습니다. 노트 여백에 이렇게만 씁니다.

?

그리고 선생님의 설명을 끝까지 따라갑니다.

필기 줄이 페이지 끝까지 이어진 공책의 앞쪽 줄 옆 여백에 주황색 종이 물음표 하나가 붙어 있고, 옆에 연필이 놓인 종이 콜라주

호기심을 버리는 게 아니라, 호기심을 쓰는 시간을 옮기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는 그날 배우는 내용 전체의 흐름을 얻고, 복습할 때 궁금했던 곳을 파고듭니다. 수업 중간에 궁금증을 따라 들어가 버리면, 아무리 좋은 생각을 했어도 그 뒤에 이어진 설명을 통째로 잃습니다. 물음표는 「여기 다시 오자」는 예약 표시입니다. 이 방법은 연구로 검증된 특정 학습법이 아니라, 이 글이 제안하는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방법은 이렇게 간단합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어려운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물음표를 적으려면, 먼저 「내가 지금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려야 합니다.

딴생각은 빠져들 때가 아니라 빠진 뒤에야 알게 됩니다

사람은 대개 딴생각에 빠져드는 순간에는 그걸 모르고, 한참 빠져 있다가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자, 지금부터 딴생각을 해야지」 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면 「어? 선생님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지?」입니다.

딴생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도 사람은 자기가 딴생각 중이라는 사실을 늘 아는 게 아니라 가끔씩만 알아차린다고 정리합니다. Schooler 외, 2011,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물음표를 적을 기회도 그렇게 알아차린 순간에만 옵니다.

그래서 수업을 덜 놓치는 아이는 딴생각을 한 번도 안 하는 아이라기보다, 딴생각에 빠졌을 때 더 빨리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아이일 수 있습니다. 딴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은 누구도 못 하지만, 딴생각에 빠진 뒤 알아차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알아차림은 수업 중에 연습하기 어렵습니다. 연습하는 동안에도 설명은 계속 지나가니까요. 그래서 수업 밖에서,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동작만 따로 반복하는 방법을 씁니다.

딴생각을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연습이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딴생각에 빠진 것을 알아차리고 하던 일로 돌아오는 것은 따로 연습할 수 있고, 그 연습이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생각을 없애는 연습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는 연습입니다.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숨 쉬는 느낌에 주의를 둡니다. 얼마 안 가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어느새 그 생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 딴생각하고 있었네」 하고 알아차리면 다시 숨으로 돌아옵니다. 잡생각이 떠오르는 건 실패가 아닙니다. 떠오를 때마다 알아차리고 돌아올 기회가 한 번씩 옵니다.

이 과정을 수업 시간 옆에 놓아 보면 거의 그대로 겹칩니다.

명상할 때 수업 시간에
숨 쉬는 느낌 선생님의 설명
떠오르는 잡생각 떠오르는 궁금증
「아, 딴생각했네」 하고 알아차림 「아, 설명에서 벗어났네」 하고 알아차림
다시 숨으로 돌아옴 물음표 하나 적고 다시 설명으로 돌아옴

명상에서 숨으로 돌아오는 자리가, 수업에서는 물음표입니다.

이 연습을 다룬 연구도 있습니다.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만 2주 동안 마음챙김 명상 수업을 듣게 했더니, 명상 수업을 들은 쪽은 시험 문제를 푸는 동안 딴생각이 줄었고 읽기 이해 문제 점수도 올랐습니다. 점수가 특히 오른 건 원래 쉽게 산만해지던 참가자들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의 딴생각이 줄어든 덕분으로 분석했습니다. Mrazek 외, 2013. 대학생 대상 2주짜리 소규모 연구라, 아이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명상이 성적을 올려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연구가 보여 준 것은, 딴생각에 덜 끌려간 만큼 눈앞의 문제에 더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오래 앉아 마음을 비워야 하는 어려운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방석도, 조용한 방도, 긴 시간도 필요 없습니다. 하루 5분씩만 해도 딴생각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조금씩 쌓입니다.

수업 중에 딴생각이 떠오를 때, 이렇게 돌아옵니다

수업 중에 궁금증이나 딴생각이 떠오른 아이는 세 걸음으로 수업에 돌아옵니다. 첫째, 선생님의 설명에서 빠져나왔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둘째, 노트에 물음표를 적습니다. 셋째, 다시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갑니다. 가장 어려운 첫째 걸음, 알아차리는 힘은 숨에 주의를 두다 딴생각을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연습인 마음챙김 명상으로 따로 기를 수 있습니다.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 중에는, 설명을 빨리 이해한 뒤 떠오른 궁금증을 따라가다 그다음 설명을 놓치는 아이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생각 자체가 아니라,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수업에서 빠져나왔다는 걸 모르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생각을 멈추는 힘이 아니라, 빠져나온 순간을 알아차리고 수업으로 돌아오는 힘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으로 이 알아차림을 꾸준히 연습해 두면, 수업 중에 궁금증이나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그 생각에 오래 빠져 있지 않고 금방 알아차리게 됩니다. 알아차린 그 순간 노트에 물음표를 적고, 「일단 수업 전체를 따라가자」 하고 다시 설명으로 돌아옵니다.

수업에서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혼자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읽을 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문제를 풀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물음표를 적어 두고, 풀던 문제로 돌아옵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딴생각에 빠져 있어도 알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한참을 다른 생각만 하다 시간이 지나가기 쉽습니다. 알아차리는 힘이 더 필요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권합니다.

다만 아이 혼자 명상을 하면 딴생각에 빠진 걸 한참 뒤에야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알려 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사이트의 앱 True Meditation의 개발자입니다.

아이가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눈을 감고 속으로 1, 2, 3… 숫자를 세며 숨을 쉽니다. 숫자 하나마다 엄지로 화면을 두 번 톡톡 두드리고, 숨을 한 번 쉽니다. 딴생각에 빠지면 두드리는 리듬이 흐트러지고, 앱이 그 흐트러짐을 알아채 작은 진동으로 알려 줍니다. 아이가 그 진동에 「아, 딴생각했네」 하고 다시 숫자로 돌아오는 것이, 수업 중에 물음표를 적고 설명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동작입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하루 5분이면 됩니다.

다음에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오는」 것처럼 보이면, 「생각 좀 그만해」 대신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좋은 거야. 지금은 물음표만 해 두고, 수업 끝나고 같이 찾아보자.」

정리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는 머리나 노력이 아니라, 수업 중 떠오른 궁금증을 따라가다 그다음 설명을 놓치는 데 있을 수 있습니다. 성인 182명이 강의 영상을 본 연구(Kane 외, 2017)에서도 강의 주제와 관련된 생각을 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니 막아야 할 것은 생각이 아니라, 수업에서 빠져나온 걸 모르는 상태입니다. 궁금증은 노트에 물음표로 적어 두고 복습 때 돌아오면 되고, 빠져나온 순간을 알아차리는 힘은 숨에 주의를 두다 딴생각을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마음챙김 명상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리고 물음표를 적고 돌아오는 방법은 혼자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읽을 때도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True Meditation : Mindfulness」는 가이드 오디오를 듣는 앱이 아니라, 마음챙김 명상을 직접 하게 해주는 앱입니다. 생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그대로 앱으로 구현했고, App Store와 Google Play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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